시간이 가르쳐준 말들
나는 예전부터 조급한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빨리 결과가 나와야 했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면 쉽게 포기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추진력이라 말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것이 ‘인내하지 못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 나는 기타를 배우고 싶어졌다. 유명한 뮤지션의 무대에 반해 나도 그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악보를 사고, 연습 영상을 찾아보며 열정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두세 달이 지나자 손끝의 통증, 느린 진도, 반복되는 실패 앞에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기타는 방 한구석에 놓이게 되었고, 그렇게 내 ‘뮤지션의 꿈’은 조용히 접혔다.
그 일이 있고 몇 년 후, 우연히 친구의 기타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매끄러운 손놀림과 안정된 코드 전환. 나는 감탄하며 물었다. “언제 이렇게 잘하게 됐어?”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하루에 한 곡씩 천천히 계속 했어. 어느 날 보니까 이만큼 와 있더라.” 그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왜 그토록 서둘렀던 걸까. 왜 결과가 느리다고 해서, 그 과정을 멈춰버렸을까.
그 순간 이후, 나는 ‘지속’이라는 단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속도는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는다는 것. 그건 쉽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걸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마음을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이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과거는, 오래된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예전엔 사람 사이의 문제를 회피했다. 불편한 말은 삼켰고, 오해가 생기면 시간에 맡기면 풀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러한 침묵은 결국 멀어짐으로 이어졌고, 나중에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정도로 관계는 끊겨버렸다.
그 중 한 친구는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그때 한 번만 더 용기 내서 연락했다면, 오해를 풀 수 있었을까. 그 작은 순간의 망설임이 얼마나 큰 간극이 되는지,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다투거나 서운한 일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아직도 서툴지만, 최소한 침묵으로 관계를 잃는 일만은 만들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시험 같다. 정해진 답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은 바로 '과거의 나'다. 잘한 선택은 자신감을 주고, 실수는 기준이 된다. 과거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도, 이 마음에도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따금 우리는 과거를 후회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배움이 숨어 있다. 고통 속에서도, 실망 속에서도, 나를 바꾸는 한 조각의 교훈은 존재한다. 그 조각을 놓치지 않고 되새기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 아닐까.
나는 오늘도 실수할 것이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가 나를 키웠듯, 오늘의 실수도 언젠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곱씹어보는 용기다. 그러면 언젠가,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이 또 누군가의 삶에 작은 등불이 될지 모른다.